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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이 어쩌다가

기자명 : 문형봉 입력시간 : 2020-07-12 (일)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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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대    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철인3종경기라고 하면 우선 이름부터 대단하다. 철인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철인(哲人)은 소라테스나 공자 같은 철학자의 다른 이름이고 또 하나의 철인(鐵人)은 문자 그대로 쇠처럼 단단한 체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스포츠의 철인은 후자다.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쉬지 않고 계속 달리기 때문에 어지간한 체력의 소유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기다. 한 가지 경기만으로도 녹초가 되는 게 운동경기인데 가장 많은 힘을 소요하는 세 가지운동을 쉬지 않고 내리 뛴다는 것은 그야말로 철인 아니고서는 흉내 내기조차 힘들다. 요즘 어떤 체육 분야를 막론하고 남녀의 구별이 없어진지 오래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엄청나게 커진데다가 그들의 모험정신이 남성을 능가하는 경우도 많아 과거 같으면 “무슨 여자가 이런 운동을 해?”하고 내쳤을 경기에서도 여성의 능력은 발군(拔群)이다. 그 중의 하나가 철인3종경기다. 남자들도 감히 도전하기 힘든 이 경기에서 여성선수들의 기량은 일취월장하고 있어 크게 기대되는 종목의 하나다.

천년 고도(古都) 경주시에서는 다른 지자체들이 외면하는 철인3종 경기를 운영한다. 상당한 재정지원이 있어야 하는 비인기 종목을 유치한 것은 경주가 신라의 고도였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찬란한 삼국시대의 유물과 고총을 간직하고 있는 경주는 불국사 하나만으로도 국내외 관광의 대명사다. 요즘은 달라졌지만 우리가 학창시절의 수학여행은 경주가 필수코스였다. 신라는 청소년들을 강하게 훈련하는 화랑도의 본고장이다. 그 힘을 바탕으로 훨씬 강했던 고구려와 백제를 쓰러뜨리고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곳이다. 더구나 다른 나라에서는 외면했던 선덕여왕과 진덕여왕이라는 여왕(女王)을 추대했다는 것은 신라만이 가진 특징의 하나 아니겠는가. 철인3종 경기에서 여성 팀을 육성했다는 것은 새로운 여성시대를 여는 첨병으로 여왕을 추대하는 발상의 대전환과 닮았다고 단언하면 지나친 망상일까. 아무튼 경주에서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육성되어 한국의 체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국민의 관심을 쏟게 한 공로는 매우 크다. 그런데 가장 유망한 선수 중의 하나였던 최숙현이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

그는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갔다. 서울시장 박원순의 유서는 단 다섯줄에 불과하지만 최숙현은 다르다. 선수생활을 어떻게 지탱할 수 있었을까 의심이 갈 정도로 그는 감독과 주장선수 그리고 팀 닥터에게 모진 구타와 학대를 받았다. 남자선수가 코치를 한 모양인데 그에게도 형언하기 어려운 모욕과 폭행을 당했다. 빵 20만원어치를 사다 놓고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때까지 먹이고 토하면 다시 먹이는 만행은 도저히 눈뜨고 보기도 어렵다. 인간으로서 이런 치욕을 겪으며 산다는 것은 듣기만 해도 견디기 힘들다. 최숙현은 자기를 죽이며 이를 만천하에 폭로했다. 이 사건이 터지자 국회에서는 뒷북이지만 관계자를 불러 일종의 청문회를 열었다. 동료선수들의 대부분이 감독 등의 폭행 모욕 욕설 성추행을 낱낱이 증언했다. 직접 당한 사람들이 조목조목 밝히는 경주 트라이애슬론 지도자들의 행태는 차라리 침을 뱉고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너무나 추악하다. 지나치게 가학적 변태다. 게다가 돈까지 갈취했다고 하니 소속팀이 왜 존재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선수들을 족쳐온 감독 여성선수주장 남자코치는 국회 증언석에서 모든 혐의점을 전면 부인했다. “사과할 용의가 없느냐”는 신사적인 질문에도 “때린 사실이 없기 때문에 전혀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나는 이들의 증언을 시청하면서 어쩌다가 철인3종 감독과 선수들이 저처럼 뻔뻔할 수 있을까 내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번 조국사태가 벌어졌을 때 그들 일가의 ‘모든 혐의점 전면 부인’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환멸을 다시 느껴야 했다. 목포시에서 일어난 손혜원의 기자회견과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윤미향의 회견 때 보여줬던 정치인들의 ‘파렴치모범’을 스포츠인들도 그대로 모방하는가 싶어 더욱 씁쓸해진다. 과거에도 우리 스포츠계는 폭행의 천국이었다. 선배선수들은 후배 후려치기에 쾌감을 느꼈고 감독 코치는 걸핏하면 공공연하게 전지 훈련비 등을 선수들에게 갹출시켜 제 배를 채웠다. 유도의 사재혁, 스케이팅 이승훈 그리고 심석희선수를 성폭행한 조재범 등 이른바 금메달리스트들의 일탈도 국민의 선망(羨望)을 배신하는 반스포츠 행위로 철저히 지탄받고 있다. 이번에 또다시 터진 경주 트라이애슬론 팀의 최숙현 사건은 엄벙덤벙 넘길 수 없는 치명적 사고(事故)다. 가짜의사로 알려진 팀 닥터까지 체포되었다고 하니 감독책임을 지닌 경주시가 앞장서 발본색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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