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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교수 칼럼] 언론자유인에게 준 노벨평화상

기자명 : 문형봉 입력시간 : 2021-10-13 (수)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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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방송총연합회 명예총재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예로부터 언로(言路)를 막으면 현인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입을 틀어막는데 어떻게 바른 말, 옳은 말을 할 수 있을까? 독재정권은 자기 말만 믿으라고 할뿐 어느 누구의 참말도 단연코 거부한다. 독재자의 신임을 받고 있는 측근조차 비위를 거스르는 말은 감히 하지 못한다. 오직 예스맨으로 가득 차 있다. 이승만의 일인독재는 4.19혁명으로 무너졌고 박정희의 유신은 10.26으로 꺾였다. 전두환의 철권은 6월 항쟁으로 빛을 거뒀다. 아무리 강력한 독재정권도 영원히 가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하늘이 내려준 천적(?)이 있다. 목숨조차 내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언론인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정치인의 비리나 부정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파헤치는 언론인이 있었기에 사회는 정화되고 정치는 올바른 길을 택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과거 봉건왕조 시대부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현자들로 가득 차있다. 가만히 있으면 출세하고 편안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럴 수는 없다. 죽음을 불사한 충언을 서슴지 않았기에 그들의 방명(芳名)은 지금까지도 빛난다. 세계의 모든 나라에 이런 현인들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만끽한다.

이번에 세계인의 주목을 집중시킨 노벨평화상이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와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에게 주어진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대경사다. 더구나 한국에서 집권당의 추진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시점이라 유난히 관심을 끈다. 언론중재법은 겉으로는 가짜뉴스를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파격적인 벌금부과 등 상식을 벗어난 벌칙조항을 신설하여 언론 고유의 구실을 틀어막을 수 있도록 교묘한 방법을 택했다는데 큰 문제가 있었다. 이에 대하여 모든 언론계와 지식인 그리고 야당 정치인, 심지어 여당소속 국회의원조차도 우려를 표명하여 몇 달 동안 시끄러웠다. 다행히 여야의 합의로 국회 본회의 상정이 잠정 보류된 상태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상태다. 이런 판국에 한국 여당의 언론중재법을 언론탄압이라고 비판하며 개정철회를 요구한 국제언론인협회(IPI) 이사회 멤버인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가 수상자의 한 사람으로 선정된 것은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콕 집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언론인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35년 독일 카롤 폰 오시에츠키가 수상한 바 있다. 그는 독일이 세계 제1차대전에서 패배한 후 비밀리에 재무장하고 있다고 폭로한 공로로 수상했다. 히틀러에 대항한 용기였다.

노벨평화상은 대부분 각국의 유명정치인들이 차지해 왔다. 우리나라도 김대중대통령의 수상으로 아직까지 노벨상 수상의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는데 과학과 문학 등 여러 부문에서 많은 수상자를 낸 일본을 부러워만 하고 있어서 되겠는가. 더구나 지금 문재인정부는 일본과의 대결과 마찰이 너무 심해서 식자들이 걱정한다. 한국이 이제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면 과거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으면 언제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염려하는 사람이 많다. 더구나 외교라는 것이 어느 일방국의 마음대로만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일본에 대해서 호감을 가진 국민은 별로 없다. 우리는 그들의 식민지가 되어 나라를 빼앗기고, 오천년 역사가 뭉개지고 심지어 우리말과 글도 없앴다. 부모로부터 전수한 성과 이름조차 창씨개명을 강요받았다. 이에 저항했던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광복을 이뤘다. 왜놈들의 손에 죽어간 선조들을 생각하면 일본과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국제외교는 이러한 감정만으로 내달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정권의 향배를 오직 국민감정을 부추겨 정권유지에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때마침 노벨평화상이 언론인에게 주어진 것은 한국의 언론인들에게도 새로운 용기와 신념 그리고 내일을 향한 각오를 다지게 만든다. 오직 국민 영합에만 골몰하는 쇼 정권으로 치부되는 문재인정권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두 사람의 처한 위치와 역경을 잘 살펴봐야만 한다. 필리핀의 레사는 여성의 몸으로 기업인 윌프레도 켕에 대한 허위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레사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2018년 올 해의 인물로 선정된 경력도 가졌다. 그는 수상소감을 통하여 “팩트없는 세상은 진실과 신뢰가 없는 세상을 뜻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무라토프는 2016년 자유의 황금펜(Golden Pen of Freedom)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언론의 자유는 부패와 독재권력을 막는 수단”이라고 갈파했다. 미국 언론인보호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1992년부터 올해까지 러시아와 필리핀에서 각각 58명, 87명의 언론인이 살해되었다고 한다. 이 참혹한 환경에도 레사와 무라토프가 언론자유를 위한 희생정신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민주통일당보 편집장으로 “긴급조치가 오래가면 긴급조치 아니다”고 썼다가 긴급조치로 구속되었던 나에게도 아직 자유를 향한 사명감을 크게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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