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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변호사 “로스쿨과 함께 사법시험을 존치하는 게 현명해”

기자명 : 이주태 입력시간 : 2015-01-30 (금) 22:50
  채권추심전문변호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상권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에서 ‘사법시험존치’가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사법시험을 존치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발표했다.

요즘 변호사업계는 2년마다 다가오는 변호사단체 선거철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올해 변호사단체의 선거에서는 어느 때와 달리 ‘사법시험존치’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지난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서는 서민의 변호사를 칭하며, ‘사법시험존치’를 주요공약으로 내세운 하창우 변호사가 당선되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선거에서도 후보자들에 따라 사법시험의 존치에 대한 입장차가 있다.

‘사법시험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로스쿨을 폐지하고 사법시험으로 대체하자는 과격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로스쿨이 변호사양성제도의 주류로 자리잡았지만, 2017년 폐지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그 장점을 취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사법시험을 존치해도 별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과, 사법시험의 존치가 변호사양성제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사법시험의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그토록 강하게 사법시험의 존치를 바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법시험은 흔히 ‘개천에서 용이 나는 제도’라고 말한다. 사시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식의 주장이 시대착오라고 생각하지만 ‘개천에서 용이 나는 제도’는 의미가 있는 주장이다.

사법시험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제도’라는 말은 그동안 사법시험이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음을 뜻한다. 로스쿨에 대해 비판하는 말들을 뜯어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로스쿨이 신분대물림의 통로’역할을 한다는데 있다. 로스쿨을 ‘현대판 음서제’라고 부르는데 그 의미가 숨어 있다.

사법시험이 로스쿨로 바뀐 것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교육이 하는 기능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가장 잘 보여준다. 한국의 교육은 오랫동안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부모들 세대는 자신들이 못먹고 못입어도 자식교육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국의 교육의 기능이 바뀌었다. 교육은 더 이상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신분대물림의 수단’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것을 가장 극적으로 나타내 주는 사건이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세운 것’이다. 우리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상고출신의 대통령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는 결코 그런 대통령을 갖지 못할 것이다. 로스쿨을 통한 변호사양성제도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3년간의 시간과 억대의 돈을 투자할 재력이 있는 자에게만’ 변호사 자격증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을 원하는지, 혹은 로스쿨을 원하는지는 재력에 의해 갈릴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만약 계층이 낮고 더 좋은 계층으로 이동을 원하는 사람은 사법시험을 원할 것이다. 만약 계층이 높고 낮은 계층의 사람들의 진입을 막고 싶은 사람은 로스쿨을 원할 것이다.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되는 길은 사법시험을 통한 길에 비해 부유하고 가진자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세상을 살다보면 세상은 정말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점에서 사법시험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만큼 공정한 제도였다. 로스쿨과 대비해서 사법시험의 공정성은 빛을 발한다. 사법시험이 로스쿨에 비해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더 잘 해왔고, 로스쿨은 사법시험에 비해 ‘계층고착화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면, 부유층이 아닌 서민이라면 로스쿨이 아니라 사법시험을 선택하는 길을 남겨놓은 것이 현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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