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t 화학약품을 가득 실은 화물선이 해경에 조난 신호를 보냈다.
화물선 발전기가 꺼지면서 선박의 모든 장비가 일시에 정지되는 블랙아웃(Black-out) 때문이다.
군산과 보령, 태안 해양경찰서는 22일 오후 3시7분께 충남 보령시 황도 남서쪽 약 9.2㎞ 해상에서 표류 중인 1,623t급 화물선 A호(선장 74살 장씨, 승선원 12명)를 전북 군산시 어청도 인근해상으로 옮겨와 안전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선박은 전남 여수에서 출항해 충남 대산으로 가던 중인 9시 30분께 사고 위치에서 비상통신기를 제외한 모든 장비가 일시에 정지했다.
당시 바람이 초속 12m로 강하게 불고 파도는 3m 이상 높게 일어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선박의 블랙아웃은 엔진이나 조타장비, 레이더 등을 전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표류 사고로 이어진다.
특히 항로에는 대형 화물선들이 통항(通航)하고 있어 충돌사고의 우려가 높았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특히 이 배에는 인화성, 유독성 물질인 이염화 에틸렌(ethylene dichloride)이 3천t이나 실려 있었다.
군산과 보령, 태안해경은 경비함 3척을 보내 수십번의 시도 끝에 화물선을 어청도 인근까지 예인하고 비상투표(항구가 아닌 곳에서 닻을 내려 선박이 표류되지 않도록 고정)했다.
조성철 군산해양경찰서장은 ″유독성 화학약품이 실려 있어 선주 측에 긴급 예인하도록 방제명령을 내렸지만, 이행되지 않아서 해경이 직접 예인했다″며 ″해당 선주 측에 긴급예인비용을 청구하고 사고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