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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영 박사 칼럼,주가 쓰시겠다는데 (Because the Lord has need of it)=1

* Calvin Theological University 장부영 교수 *
기자명 : 이창희 입력시간 : 2023-05-03 (수)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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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lvin Theological University 장부영 교수 *

오래전에 필자가 한국에서 H 교회의 담임목사로 사역할 때의 에피소드(episode)이다. 목사안수를 받고 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는 것은 겨우 2~3년밖에 되지 않은 시기였다. 필자에게는 아주 절친한 친구 S 목사님이 계셨는데, 필자보다 목사 안수만 늦게 받았을 뿐, 나이를 비롯하여 모든 면에서 필자보다 훌륭하신 분으로 다른 목사님들을 비롯하여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는 분이다. 더욱이 그의 신앙은 성경이나 기도를 통한 영성(spirituality)에 있어서도 전적으로 인정을 받는 분이었다. 이제는 고인이 되어 주님의 품에서 안식하고 계시는데, 지금도 필자가 새벽마다 기도할 때면, 주님의 품에서 안식하고 계시는 그 목사님의 모습을 연상하며 이 세상에 남아있는 유족(사모님과 자녀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

한번은 서울에서 교회를 개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교회의 구성 멤버(core member)들이 탄탄하고 안정된 교회에서 목회하고 계시는 그 목사님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목사님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그 목사님이 교회를 사임하고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에 부 교역자로 일하고 싶다고 해서 필자가 놀란 적이 있다. 아니 그 목사님이 개척하신 교회도 안정되고 성장 가능성이 대단히 큰 교회를 떠나서 필자의 교회에서 우선 목회 실습을 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필자가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통상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제안이라 놀랐는데, 그 목사님이 진심으로 필자와 함께 주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라는 말을 덧붙여서 생각 끝에 필자의 교회로 부임하여 함께 열심히 사역하게 되었다. 참으로 영성과 함께 겸양의 덕을 겸비한 훌륭한 주의 종이라 필자에게는 과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래 필자는 원목, 부목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서인지 몰라도 서울이나 이곳 미국에서 목회할 때도 교인들에게 은혜만 된다면 부목사, 심지어 전도사에게 말씀 증거를 많이 맡기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목사님과 동사하는 기분으로 일을 열심히 하여 교인들에게도 원목, 부목 가리지 않고 우대하는 분위기였다. 한번은 교회의 P 집사님께서 필자에게 양복과 구두 한 벌을 맞춰주고 싶다고 해서,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한 적이 있다. 조건은 "필자에게 맞춰주시려는 똑같은 
양복과 구두를 S 목사님에게도 해주시겠다면, 제가 집사님의 호의를 기쁘게 받겠습니다"라고 했더니, 그 집사님께서도 흔쾌히 승낙해서 우리 두 사람이 양복과 구두를 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친구 목사님의 신임이 두터웠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또 한번은 W 집사인 여집사님이 계셨는데, 지금은 이해가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 당시에 보따리 장사로 생활을 유지하시는 분이었다. 그의 친언니인 W 권사님은 심장이 몹시 약해서 잘 걷기도 힘든데도 교회의 교인들을 돌보며 기도를 열심히 하는 분이었다. 그 권사님을 닮아서인지 비록 보따리 장사를 할지언정 신앙이 좋은 W 집사님 역시 교회를 열심히 섬기는 분이다. 한 번은 S 목사님이 사택에서 필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 당시 필자가 참여하고 있던 번역 책들이 여러 권이 있었는데, 그 책들이 설교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는 필자의 말에 S 목사님이 설교 준비를 위하여 그 책들을 갖고 싶다고 해서 필자가 준비해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필자의 머리속에 문득 보따리 장사를 하시는 W 집사님이 떠올라, 그 집사님에게 어렵게 이 사정을 꺼내어 말씀드리게 되었다. "S 목사님께서 설교 준비에 필요한 책들을 갖고 싶어 하신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그 여집사님께서 지체하지 않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주가 쓰시겠다는데 뭘 망설이십니까? 제가 사드리겠습니다"라며 선뜻 책값 70.000원을 마련해 주셔서 그 목사님이 평생 고마워하며 단독목회를 하시면서도 요긴하게 사용하고 계시는 것을 보고 필자가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목사라도 언뜻 생각나지 않는 주님의 말씀 "주가 쓰시겠다 하라"("You shall say to him, 'Because the Lord has need of it'" 눅 19:31)는 말씀이 어떻게 생각났으며, 또 선뜻 그 말씀에 순종하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에 놀라며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당시 70,000원이면 필자의 한 달 사례비에 버금가는 거액인데 선뜻 책값으로 내놓을 수 있는 믿음, 과연 이 믿음이 인간에게서 나온 믿음일까? 그 나귀 새끼를 허락도 없이 맘대로 끌고 올 수 있겠는가? 아니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나귀를 끌고 올 수 있던 것은 이미 주님께서 그 주인의 마음을 감동하셨기 때문에 선뜻 나귀 새끼를 내주게 된 것이다. 근래에 와서 주의 복음을 변하여 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늘어나는 것 같다(갈 1:6-10). 구원을 받을만한 믿음이란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안에 있는 믿음으로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것이라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엡 2:8; 행 13:48). 언급은 없었어도 W 집사님에게는 이미 주께서 그 마음속에 감동을 주셔서 주의 종을 위하여 봉사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중앙취재본부 이창희 기자 jesus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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